반찬가게 음식, 건강하게 잘 먹어요 :)

'나 혼자 살아'라고 했을 때 주변에서 정말 많이 걱정했습니다.

평소 식욕이 별로 없고 요리도 좋아하지 않았기에, 매 끼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이었지요.

자취경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때는 동생과 함께, 친구와 함께 살아서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있었고,

학교 기숙사에 살 때에는 매일 챙겨주는 기숙사 밥을 먹으면 됐었어요.

가족과 떨어져서 온전히 혼자 살게 된 것은 이번이 진짜 처음이 된 것입니다.

 

'나 매일 라면만 끓여먹는 거 아냐..?'

'끓여먹는 라면이 귀찮아서 컵라면을 먹을수도..'

 

하지만 웬걸,

진짜 혼자가 되고 나니 내 몸을 챙길 사람이 나뿐이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으면서

비록 요리를 못하지만 요리 잘하는 사람의 손을 빌려 반찬가게에서 맛있는 반찬들을 사 먹기 시작했습니다.

 

무나물, 그것도 순수한 무나물과 들깨 무나물까지!

가격은 조금 나가지만, 혼자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장조림과 꼬막 반찬도 집어 들었습니다.

깨끗한 글라스락에 담으니 태가 나고 더 맛있어 보입니다.

 

최근 햇반 릴레이에서 벗어나 직접 밥도 짓고 있고요,

국은 어제 먹고 포장해 놓은 것.

샐러드는 정말 자랑스럽게도 제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마트에서 재료 만사서 특별한 손질 없이 보울에 담기만 하면 되지만, 그래도 뿌듯합니다.

어쩌면 샐러드를 먹기 위해 밥을 먹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샐러드를 만들고 있으면, 그 모든 과정이 사랑스럽게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혼자 집에 있어도,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도, 나름 건강하게 잘 먹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집에서도 더 행복하게 잘 먹으며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외로움이야 어쩔 수 없습니다.

적막함이 싫으니 유튜브를 보며 한 숟갈씩 나를 채워봅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잘 담아두었다가, 다음 약속을 책임지는 사람이 들어주어야 하는 몫이 됩니다.

 

다시 조금씩 허기짐이 찾아오고,

허기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먹는 즐거움을 상상해야겠습니다.
오늘은 저녁도 먹고, 자기전에 야식과 맥주까지 기약해봅니다.